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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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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

문예춘추사

가키야 미우 (지은이), 강성욱 (옮긴이)

202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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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시어머니와 친어머니가 남긴 두 개의 일기
고독한 현대사회,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의 화해 어린 몸짓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홀로 살던 시어머니가 돌연 돌아가셨다. 오십 중반인 며느리 모토코는 시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시어머니 집을 찾는다. 처음엔 스무 평 남짓 집이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유품정리를 시작한 모토코는 집안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양의 유품들에 아연실색, 이윽고 절망하고 만다. 남편의 초등학교 교과서, 시아버지의 40년 치 월급명세서 다발, 50권이 넘는 앨범과 유통기한 6년이 넘은 식용유는 차라리 처분하기 쉬운 편이다. 방마다 딸려 있는 벽장과 옷장에는 옷가지들이 넘치고, 주방의 식료품을 비롯해 생필품과 전자제품 등 집기들이 온 집안을 점령하고 있다.
시어머니를 원망하며 유품을 정리하는 모토코는 반지 하나만 남긴 채 유품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세상을 떠난 친어머니가 얼마나 사려 깊은 사람이었는지 새삼 감탄하고,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은 날이 갈수록 깊어간다.
그러나 기대도 못 한 아파트 이웃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들에게 시어머니와의 얽힌 일화들을 듣게 되면서 불신과 원망은 조금씩 풀어진다. 그리고 모토코는 생전에 시어머니가 매일 그날의 일들을 적은 공책을 발견한다.
한편 그렇게 유품정리를 모두 끝낸 그날 저녁, 모토코에게 남동생 부부가 고향집을 처분하면서 발견한 친어머니의 생전 일기장이 도착한다.
시어머니와 친어머니가 남긴 두 개의 일기.
모토코는 두 개의 일기를 통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다 간 것처럼 여겼던 ‘두 어머니’의 가려진 진솔한 삶의 면모를 마주한다.

‘유품정리’라는 의식을 통해 인간관계의 본질을 묻다
다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인생의 메모랜덤


우리의 삶은 무엇으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한 사람을 판단하는 방법이 평소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라고 한다면, 한 사람의 삶을 규정짓는 방법은 그 사람이 죽은 후 남겨진 물건, 즉 유품이 아닐까.
주인공 모토코는 시어머니가 남긴 방대한 양의 유품에 절망하고 시어머니를 원망한다. 여기에 남편마저 힘들게 유품을 정리하는 아내의 마음도 모르고 추억이 담긴 유품을 버리려는 모토코와 갈등까지 빚는다.

“시어머니가 생활한 방은 마치 마계 같았다. 일단 발을 잘못 들여놓으면 그걸로 마지막, 자신의 지난 세월만 뒤돌아보게 된다. 더, 좀더, 아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중략) 끊임없이 반복되는 후회의 쳇바퀴 속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었다. 현실의 수많은 물건에 혼란해 하는 것뿐이라면 괜찮지만 슬픔이 끓어올라 한순간이라도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없었다. 시어머니 집에 오래 있으면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릴 것 같았다. 한시라도 빨리 정리를 끝내야 했다.”(본문 중)

“이 남자는 정말이지 바보가 아닐까. 애초에 남편은 가사에 어두우니 생활이란 게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에 비해 나는 삼십 년에 걸친 주부생활로 많은 것을 배웠다. 청소의 수고는 물건 수와 비례한다. 그리고 또 하나. 시어머니 집의 유품정리를 시작하고 물건의 수와 집중력이 반비례하는 사실을 배웠다. 아, 실수했구나. 남편한테 숨기고 몰래 버려야 했다.”(본문 중)

한편 모토코가 사는 맨션 옆집에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맞벌이 부부의 아들인 어린 ‘아오’가 있다. 아오는 매일 복도에서 오매불망 부모의 귀가만 기다린다. 모토코는 그런 아오가 늘 마음에 걸리지만 외면하는 일에 익숙하다.

“집의 엘리베이터 구 층에서 내리니 엘리베이터 옆 어둠 속에 아오가 있었다. (중략) 아오는 몇 번이나 현관문에서 얼굴을 내밀고 밖을 살피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까지 와서 이제나저제나 부모의 귀가를 기다린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저리다. (중략) 옆을 지나갈 때 아오의 얼굴에 눈물자국이 있는 게 보였다. (중략) 뒷덜미를 잡아당기는 느낌을 뿌리치며 아오를 등지고 돌아섰다.”(본문 중)

현대사회의 고립된 인간관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단단한 고립의 관계는 시어머니의 유품정리가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그 한가운데에 ‘아오’가 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아이러니하게 바로 ‘마계의 소굴’과도 같았던 시어머니의 유품정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사회가 고도화, 다원화 되어 갈수록 단절되어가는 인간관계의 복원과 화해의 계기를 시어머니와 친어머니의 일기라는 상징을 통해 그려낸다.

“그날은 벽장 안에서 몇 권의 공책을 발견했다. (중략) 시어머니의 독선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언행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와요.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해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도 비교적 적은 것 같아요. 시어머니는 안하무인 같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행복한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돌아가신 지금도 마음속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그 대부분은 ‘시어머니, 적당히 좀 하세요’라고 화만 낼 뿐이지만요. 그만큼 가까운 사람이었어요.” (본문 중)

“어머니 수첩을 훌훌 넘겼다. 그날 있었던 일이 간략하게 한두 줄로 적혀 있었다. 모토코가 태어난 해부터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거의 사십 년 분, 즉 마흔 권이 있었다. 내가 태어난 날의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첫째 아이 태어남, 모토코라고 이름 지었다. 이로써 내 인생에서 고독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가슴에 아련히 파고든다. 나도 첫째를 낳았을 때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본문 중)

이렇듯 인간은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소설은 시어머니의 유품을 힘겹게 정리하는 며느리라는 일견 ‘고부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는 소재를 차용하여 오늘날의 인간 세태에 대해 성찰한다.
단지 고독하고,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세상이 되었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손을 내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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